사는 이야기

전쟁은 안 된다

한글빛 2010. 6. 1. 16:07

기고] 전쟁도발 놀음 당장 집어치워라

 

                                                                                                     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소장)

 

천안함 침몰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 놀아나는 꼴을 보면 얼굴이 화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 이게 분단 65년 동안 5000만명이 죽고 갖은 통분을 겪어온 우리들의 모습이던가.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다. 잘 수가 없다.

이명박의 말을 되씹어본다. “천안함 침몰은 북쪽이 대한민국을 공격한 군사도발이다.” 하지만 그 증거라는 게 확증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얻고자 그랬단 말일까. 타격을 주고자? 그러려면 2조원짜리 이지스함을 깨뜨릴 것이지 왜 쪼매난 배를. 북쪽의 군사력을 으스대려고? 그렇다면 더더욱 이지스함이지, 왜 천안함인가.

증거, 정황이 맞질 않는 거짓말, 선거용으로 들먹이는 게 틀림없다.

 

또 이명박은 북쪽이 다시 침범하면 자위권을 발휘할 거라고 했다. 말이 자위권이지 그건 남북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소름이 끼친다.

전쟁이 나면 누가 죽을까. 우리만 다 죽는다. 따라서 그건 경제위기를 전쟁으로 뚫어온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지 참된 자위권이 아니다.

 

또 이명박은 북쪽을 두고 주적개념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때박(순간), 몸서리와 함께 한숨이 나왔다.

갈마(역사)로 볼 때 주적이란 실체는 없었다. 외교로 볼 적에도 주적이란 든올(개념)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걸기작(장애)이다. 그런데도 북쪽을 주적으로 하자고?

 

이명박은 두 가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한의 겨레라는 것이다.

고려왕조 오백년, 조선왕조 오백년, 모두어 천년 동안 널마(대륙)를 잃은 것에 한이 맺혀왔다. “가자, 널마를 찾으러” 그러면 역적으로 몰아쳤다. 그러는 도막에 지배계층은 늘어나는데 지배면적은 한정돼 뺏어대기가 드세지자 백성들은 ‘저치’ 가자고 달래왔다. 이 땅별(지구)을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까지 끝없이 가자는 해방의 살냄(정서), 그 대륙적 서사시를 모른다 이 말이다.

 

또 하나는 8·15 뒤 입때껏 굽이치는 통일 몸부림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수만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로 볼 때 분단은 무얼까. 침략이었다. 따라서 우리네 주적은 우리네 허리를 분지른 침략자요, 그들하고 싸움이 통일이요, 그 몸부림이 우리 역사의 주체적 줄기라는 것을 이명박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발자취를 사그리 깨뜨리고 있다.

 

적어도 높은 자리에 앉았으려면 오늘의 이 바투(현실)란 바로 그 대륙적 서사성과 역사적 의지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르면 어떻게 될까. 진보의 역사를 실패의 역사로 몰아치는 관념적 범죄의 최고형태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 허무주의의 끝머리는 또 무엇일까. 결국 막심(폭력)이다. 막심은 눈물이 안 보이고 역사가 안 보여 전쟁 도발로 끝나는 것이 입때까지의 기록, 파쇼의 종말이다.

그것을 겪어 잘 알기에 천안함 사태가 전쟁으로 치붙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뜸(화두)을 던진다.

 

첫째, 아주 까놓고 남북의 자율적 민간합동조사단을 만들어 원인을 밝히자.

둘째, 그러는 도막에 전쟁도발적 말따구나 행동을 사그리 집어치우자.

셋째, 그래도 원인을 못 밝히게 되더라도 탈탈 털고 차라리 휴전선 맘판 만들기에 나서자.

 

맘판이란? 우리판의 맨 마루, 제국주의 앞잡이는 못 오른다. 썩은 돈버러지는 못 오르는 맑은 다락(경지), 사람이 오를 수 있는 맨 마루가 바로 맘판이라.

 

우리 저 휴전선부터 그 맘판을 만들고 이 피눈물의 갈라진 땅을 온통 맘판을 만들자. 그리하여 모든 인류와 이 누룸(자연)도 온통 맘판이 되도록 해보자. 제국주의가 갈라놓은 땅에서 우리끼리 싸우다 죽음으로써 전쟁 도발 원흉들의 창피한 앞잡이가 될 순 없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