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김근태님 영전에 '한글을 빛낸 별'이란 칭호를 바칩니다.

한글빛 2012. 1. 5. 04:17

김근태님, 당신은 ‘한글을 빛낸 별’입니다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꾼 일은 큰 업적
 
이대로
▲나는 김근태님이 갑자기 이 땅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그에게 진 마음 빚을 갚을 생각으로 그 영령 앞에 ‘한글을 빛낸 별’이란 칭호를 바쳤습니다.     ©이대로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 국회에 국회의원들 이름패가 한자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 이름패가 대한민국 글자인 한글로 쓰지 않고 중국 한자였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못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날 국민과 한글단체는 국회에 여러 번 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라고 건의하고 호소했으며 여러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한글로 이름패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한글을 우습게 보는 어리석은 자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16대 국회 끝에 한글로 바꾸기를 바라는 의원들은 모두 한글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은 김근태 의원이 그 일에 앞장을 썼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5000년 우리 민족사에 매우 뜻있고 보람찬 일입니다.

이 일은 제 나라 글자가 있는데도 안 쓰는 어리석고 바보스런 풍조와 싸워 이겼다는 것이 뜻있고, 민주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소리를 들어주었다는 데서 잘한 일이고, 겨레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살렸다는 데서도 매우 좋은 일입니다. 13대 국회 때도 이철용 의원이 스스로 이름패를 한글로 바꿔달라고 했으나 바꾸지 못했으나 14대 국회 때엔 원광호 의원이 싸움 싸움을 해서 스스로의 이름패는 한글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의 이름패는 한글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14대 국회 때엔 한글단체가 299명 모든 국회의원들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서까지 주면서 한글로 바꿔달라고 했으나 국회는 안 들어주었습니다.

15대 국회 때 처음 국회에 들어간 김근태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써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의 이름패를 한글로 써달라고 국회 사무처에 말했으나 안 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소속한 정당 원내총무에게 자신의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법조계 출신인 그는 “김근태 같은 거물이 별 것이 아닌 한글에 신경을 쓰느냐?”고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그 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마다 그 일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 나하고 의논했으며, 국정감사장에 가서는 자기 이름패는 한글로 써놓게 했습니다.

그리고 16대 국회 때엔 다른 의원들도 국회 사무처에 스스로의 이름패를 한글로 써달라고 했으나 안 들어주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16대 국회가 끝나갈 즈음 그가 통합신당 대표가 되었을 때 그 개인만이 아니고 그 소속 정당 모든 국회의원들의 이름패를 한글로 바꿔달라고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안 들어주니 김 대표는 나에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의논했습니다. 나는 한글날에 언론에 알리고 모든 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가지고 국회의장에게 가서 담판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통합신당 김성호 원내 부대표와 여러 의원들이 그대로 했습니다. 그래서 통합신당 국회의원들만이 아니고 다른 당 국회의원도 스스로 한글로 바꾸기 바라는 의원들은 모두 한글로 바꾸게 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우리 한글역사에 남을 큰일을 해낸 것입니다.

김근태님은 나와 인연을 끊지 않고 이오덕 선생과 내가 만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지도위원으로 나를 돕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일 때는 공무원들까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고객’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꾸짖기도 했습니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 안을 통과시키고 신기남, 정두언, 김재윤, 노회찬 김형오 의원들에게 ‘한글을 빛낸 별’이란 감사패를 주었는데 김근태 의원에게는 못주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마음 빚을 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니 더욱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그 영령 앞에라도 ‘한글을 빛낸 별’이란 칭호를 바치기로 했습니다. 생전에 말을 안 해도 내 마음을 알았듯이 하늘나라에서 내 마음을 헤아려볼 것으로 압니다. 당신은 ‘민주주의 별’이면서 ‘한글 별’입니다. 하늘나라에서 ‘한글 별’이 되어 아직도 한글을 우습게 여기는 얼간이들을 일깨워주소서.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내 버팀목이 되고 이끌어 주소서. 임이 생전에 보여준 삶과 신뢰와 지혜와 용기를 본받아 잘하겠습니다.
 
▲지난 1월 2일 나는 서울대병원 김근태님 빈소를 찾아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달게 한 고마움을 표하는 큰절을 했으나 생전에 인사를 못해 빚진 마음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2/01/04 [16:18]  최종편집: ⓒ 사람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