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언제쯤 국회는 대한민국 국회다울까?

한글빛 2012. 7. 9. 15:24

한자혼용 의원 선서는 국어기본법 위반
[논단] 대한민국 국회이기 싫어하는 사무처 직원들, 한글교육 다시 받아야
 
이대로
지난 7월 2일 19대 국회가 뒤늦게 개원했다. 그런데 그 개원식에서 국회의원들이 읽은 선서가 " 宣誓. 나는 憲法을 준수하고 國民의 自由와 福利의 增進 및 祖國의 平和的 統一을 위하여 노력하며, 國家利益을 우선으로 하여 國會議員의 職務를 良心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國民앞에 엄숙히 宣誓 합니다."라고 한자 혼용글이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키겠다고 밝히는 글이 국어기본법을 어긴 것이다. 이런 국회가 나라 일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다. 이 꼴을 본 노회찬 의원이 “한자 투성이 <國會議員 宣誓>는 국어기본법 위반”이라며 국회의장에게 “국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글로 교체 요구”했더니 다음부터는 한글로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 노회찬 의원은 법을 어진 선서에 서명하지 않고 자필로 써서 국회에 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스스로 쓰고 서명을 하는 것이 바른 일이다.     © 이대로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견주어 볼 때 가장 한글을 업신여기고 한글전용법이나 국어기본법을 더 지키지 않고 있다. 건국 초부터 행정부의 깃발에 쓴 글씨는 ‘정부’라고 한글로 써 있고, 사법부도 ‘법원’이라고 한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의 깃발과 국회의원 휘장(배지)은 한자로 ‘國’이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많은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或’자로 보이는 한자를 ‘국회’라고 한글로 바꾸라고 해도 끄떡도 안 하고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 선서를 한자혼용으로 한 것은 아직도 그런 정신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 대한민국과 행정부, 법원의 휘장이나 깃발은 한글로 써 있으나 국회는 한자 或(혹)자를 동그라미로 둘러 싼 모양이다. 국회는 의혹 정어리 집단이라고 스스로 보여주는 거 같다.     © 이대로

한 나라의 말에는 그 나라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으며, 그 나라가 없어져도 그 말을 지키고 있으면 다시 그 나라를 세울 수 있다. 이스라엘이 수천 년이 지난 뒤에 제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제 겨레의 말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주족은 제 말글을 지키지 못해 이 땅에서 그 민족이 사라졌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말은 있으나 우리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중국 한자를 썼다. 일제 강점지 때 일본 말글에 짓눌려서 우리 말글이 사리질 번했다. 다행히 조선어학회 선열들이 목숨을 바치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서 오늘날 그 덕으로 자주문화가 꽃피고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 글자 한글이 있다.

19세기 일본제국은 이 땅을 강제로 점령하고 우리 땅이름을 일본식 한자말로 다 바꾸고, 우리 사람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면서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는 한글학자와 우리말 지킴이들을 일본국 반역자로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그 때 감옥에서 일본 놈에게 짓밟히고 맞아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 지난날 우리 말글을 지키고 닦은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겨레와 나라가 어찌되었을까! 그 분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일제가 물러간 지금은 우리말을 도로 찾고 빛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그 고마움과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법을 어기며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은 국회 사무국에서 한 일이기에 전화로 담당자에게 “어째서 그렇게 했느냐.”고 물으니 담당자 임 아무개는 “국회법 24조에 그 양식이 한자로 나와 있어서 그랬다.”고 말해서 거기에 한자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와 국어기본법 위반이 아닌가 물으니 “한자로 써야 한다는 말은 없다. 국어기본법에는 위배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국회 공무원들이 시대흐름과 정신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제 말글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 국회는 오늘날이 한문만 쓰는 조선시대나 한자혼용을 하는 일제 강점기가 아니고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 시대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일본 법률문장을 하루빨리 쉬운 우리 말글로 바꾸고 정문과 국회의원 가슴에 단 국회 보람과 깃발에 쓴 에 쓴 한문 ‘國’자와 국회의장 자리에 놓인 ‘議長’이란 한자 이름패도 대한민국 글자인 한글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받지 않고 자주문화와 우리 말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집단이란 말을 듣지 않기 바란다.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

 
국회의장님께
제 19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긴급히 시정을 요청할 일이 있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오후2시로 예정된 제 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은 왼손에 선서문을 들고 오른손을 든 채 의장님의 선창에 따라 선서문을 낭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 의사국에서 미리 보내온 선서문 양식에 따르면, 이 선서문은 전체 글자의 절반가량이 한자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 유은혜 의원도 선서가 한자 투성이인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면서 한글로 서명을 했다.     © 이대로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저는 지금 국회사무처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서문이 “공공기관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국어기본법 제14조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 국회가 2005년에 자랑스럽게 제정한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에서 불가피하게 한자를 쓰는 것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거나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서 반드시 괄호 안에 병기하는 방식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저는 제 19대 국회의원으로서 개원 첫날의 첫 서명을 하는 문서가 국어기본법의 정신을 위배하지 않는 문서이기를 바랍니다. 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의식으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선서가 모든 국민이 읽을 수 있는 자랑스런 우리민족의 한글로 쓰여지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2012년 7월 2일
국회의원 노회찬 올림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12/07/08 [18:10]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