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남북 말길을 빨리 열자

한글빛 2014. 3. 20. 10:35

남북 말길(言路) 만들고 여는 것은 통일 첫 걸음
[논단] 남북이 서로 신문과 방송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하라
 
이대로 
며칠 전 북쪽의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남쪽은 말할 것도 없고 북쪽 주민도 며칠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죽음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열차 안에서 죽었다는데 그걸 믿지 않는 사람이 많고, 죽은 날짜도 그 날이 아니라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장님들 코끼리 다리 만지기 같고, 코미디 보는 것과 같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남북문제는 언제나 그렇다. 돌아가는 꼴이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나라 주인인 국민은 무엇이 참인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궁금하고 답답하다. 일반 국민은 스스로도 모르게 바보가 되고 만다. 이 땅별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이 제 대접도 못 받고, 제 몫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열린 정보통신 시대 흐름에 거스르기 때문이다. 정보와 통신이 막혀 있어서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이 일어나고, 헛소문이 판치고 있다. 남북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더 미워하게 된다. 지금 남쪽은 미국에 더 잘하고, 북쪽은 중국에는 잘하고 통하면서 서로는 멀리하고 안통하고 있다. 남북통일을 바란다면서 당국자들은 그 반대로 놀고 있다. 지금은 사상과 이념냉전 시대가 아니라 서로 함께 어울려 사는 시대다.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같이 어울려서 잘 살려면 마음이 통해야 한다. 마음이 통하려면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하고, 말이 통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만나야 하지만, 만나지 못하면 통신과 언론을 통해서라도 서로 말과 글을 듣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잘 알게 되고, 잘 알아야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서로 사랑도 하고 함께 놀 수 있으며 함께 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남북은 서로 만나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고 오갈 수 없다. 그러니 남북이 하나 되기 힘들다. 아니 하나가 될 수 없다. 이제라도 남북에서 나오는 신문과 방송이라도 남북 백성이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일은 남북이 하나가 되는 첫걸음이고 첫 단추 끼기다. 

그러나 남북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란 이들은 내 이 말을 엉뚱한 이야기이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할 것이다. 북쪽은 더 국민을 통제하고, 남쪽도 북의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듣는 것을 법을 어기는 일로 보니 더욱 그럴 것이다. 더욱이 일부 남북 당국자나 통일 운동을 한다는 이들은 자신들은 평양이나 개성, 금강산을 자주 가고 북쪽 사람들을 만나니 이 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남북 이해 당사자들끼리만 만나고 이 문제를 풀려고 하면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쓰면서 그들이 한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많은 남북 국민이 서로를 알고 가깝게 지내야 이 문제가 풀린다.

남북이 서로를 알지 못하니 믿지 못하고 저만 생각하다가 서로 잘했다고 한다. 남북이 서로 너무 모르고 있으니 서로 헛소리만 하고, 그러기에 자꾸 부질없는 싸움으로 시간과 힘을 써버리고 있다. 마치 부부가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서로 저만 잘했다고 싸우는 것과 같다. 오늘날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다. 남북이 모두 민주주의 정치를 한다면서 실제 국민은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특히 남북문제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주인으로서 말도 못한다. 국민이 정치인보다 더 순수하고 똑똑하다. 남쪽은 미국을, 북쪽은 중국을 더 믿고 중요하게 생각해선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 

남쪽 정부도 북을 잘 모르지만 국민은 너무 모른다. 북쪽 사람들은 더 하다. 그래서 남북 국민을 서로 궁금하다. 남북이 고향인데 서로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남북겨레말통일사전을 만든다고 엄청난 돈을 쓰고,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만나는 데도 돈을 많이 쓰는데 그 성과를 많지 않다. 누리통신을 통한 남북 만남은 돈도 덜 들고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서로 떨어져 살다가는 우리 겨레가 망할 수 있고 또 남의 겨레나 나라에 짓밟힐 수 있다. 이제 망서리 거나 주저할 일이 아니다. 빨리 말길을 만들고 열자. 남북 정치인과 동포들에게 외친다. 우리끼리 스스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마음먹기 따라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세계 으뜸 나라가 될 것이다.

오늘날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온 누리가 하나로 통하는 시대다. 그래서 지구촌 시대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세계에서 우리 남북만 서로 통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고,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슬프고,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다. 서로 오가며 만나 이야기는 못해도 누리통신(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서로 신문과 방송을 보게 하자. 그래서 서로를 알고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자. 서로 어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남북 당국자들은 겁내지 말고 남북이 서로 알고 만날 수 있는 말길(言路언로)을 만들고 열자. 이 길은 남북이 하나가 되는 첫걸음이고 빠른 길이다. 서로 사는 길이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 공동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11/12/28 [16:54]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