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기인이 엮은 ‘새 사리갈말 말광’
△ 1948년 서울사대 생물학과 교수 이기인이 만든 ‘사리갈말 말광’ 겉장과 속내.
단기 428년년(1948년) 서울 사대 생물학교 교수 이기인은 일본 생물학용어 5000여 낱말과 영어로 된 용어 5000여 생물학 용어를 순 우리말로 바꾼 사전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도 ‘새 사리갈말 말광’이라고 했다. ‘사리갈말’은 ‘생물용어’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고, ‘말광’은 ‘사전’이란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한글학자나 다른 학자들과 의논하고 도움을 받았지만 한 분야 학술 용어를 거의 모두 쉬운 우리말로 바꾸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말광을 보면 ‘양막’은 ‘애기보’로, ‘식물’은 ‘묻사리’로, ‘동물’은 ‘옮사리’로 바꾸었다. ‘혈액’은 ‘피’로 ‘혈소판’은 ‘피띠’로 바꾸었다. 모두 알리려면 글이 길어서 줄이지만 오늘날 받아서 써도 좋은 말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이 교수가 6.25 전쟁 때 북으로 갔는데 북쪽이 우리 말글을 많이 살려쓰는 데도 김두봉, 이극로, 김병세, 유열 들 학자와 이기인 교수가 많은 힘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 말글이 살려면 이런 정신과 뜻을 살려서 일본 한자말로 된 학술 전문용어를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고, 영어를 그대로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 말광 머리말이 쉬운 말글로 쓴 감동스런 글이라 옮긴다.
- 머리말 -
세상은 바뀌는 것이니 이 나라도 5천 년의 긴 동안에 별별 일이 일어나고 사라졌다. 이제 민주주의 세상이 오기는 하였으나 자유스러운 민주문화를 이르켜 보자는 데 훼방을 놓고 있는 딴 나라의 한문글자와 일본말은 아직도 내좇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는 한문이나 일본말을 가지고 우리말을 누르려는 것은 딴 나라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중에 그것을 배워 쓰던 사람들인 것이니 시대를 모르고 저들만 편하기 위해 저도 모르는 동안에 우리를 누르고 잡아먹으려던 나라의 앞잡이 노릇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임자 있는 딴 나라의 글과 말은 독하고 무서운 것이다.
딴 나라의 글과 말은 제 나라의 글과 말이 꽤 터가 잡힌 다음이면 어느만큼 이용은 할 지언정 제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우는데 먼저 딴 나라의 그 것을 배워야 되게 하여 제 나라의 민주문화를 이르키는 데 큰 거르낌이 되게 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제 나라의 말과 글을 부뜰고 살리려는 것은 그 겨레가 살아보자는 첫걸음이며 가장 거룩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말과 글이 없어진 겨레는 사람의 넋까지 흩어져 망하고 마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란 말을 사랑하고 노래하는 것은 참다운 민주주의 나라를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참다운 민주주의 나라가 되려면 모든 사람이 다 배워 제 힘으로 옳고 그른 것은 알고 말하게 되어야 한다. 쉬운 한글과 우리말로 글소경을 빨리 없애 버릴수록 참다운 민주주의 굳센 나라는 빨리 올 것이다.
이왕에 한문글자는 쓰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 민족문화를 빨리 이르키는데 좋고 옳은 일이라면 한 걸음 나아가 ‘조족지혈’보다 ‘새발의 피’, ‘아전인수’보다 ‘내 논에 물대기’, 생존경쟁‘보다 ’살기다툼‘, ’돌연변이‘보다 ’갑작다름‘, ’부유‘보다 ’하루살이‘, ’동물‘보다는 ’옮사리‘ 따위 말이 훨신 더 민주주의 나라 말이 아니랴!
그러므로 적어도 모아된 말(合成語)니 한문글자부터 알아야 그 뜻을 알게 된 말이면 우리말로 그 뜻을 풀어 가는 것이 급하고 마땅한 일이매, 이 것을 깊이 생각도 아니 하고 경솔하게 반대하고 나선다는 것은 뜻 있는 문화인으로서 못할 일이다.
사리갈(生物學(생물학))이 과연 우리가 다 배워야 할 모든 배월(科學(과학)의 기초라면 그 갈말은 우리말로 풀어 쓰는 것이 가장 좋고 빠른 길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우리들은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으로 ‘사리갈 가르치기 모임(生物學(생물학)敎育會(교육회)에서 한 결 같은 원측 밑에서 사리갈말(生物學(생물학)術語(술어)을 골라 추렸다.
이 책은 그 것을 엮어 내며 사리갈말 아닌 것도 조금 넣어 쓰는 분들을 편하도록 하였다. 이 책을 낼 지음에 갈말을 짓고 골라 추리기에 많은 힘을 쓰신 대학 중학 소학의 각 학교 생물 선생님네와 그 밖에 좋은 가르침을 아끼지 아니 하신 여러 조선어학자, 수학자, 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심리학, 농학자들과 원고 다듬기에 힘써 준 공정, 이원구, 신광순 제군 그러고 영양사 권혁창님과 종업원 여러분께 고마운 말을 드린다.
- 4281(1948)년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사범대학에서 이기인 씀
△ 왜정시대 이기인 교수(뒷줄 오른쪽 신사 )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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