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돌아가신 김재원 한글박물관장 영전에 바치는 글

한글빛 2019. 1. 15. 13:35

[고 김재원 한글박물관장 영전에 바치는 글]

 

당신은 바르고 따뜻한 모범 공무원이었습니다.

 

사람이 언젠가는 하늘나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너무 갑자기 이 땅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한글날 전야제를 마치고 문체부 간부 몇 분과 저녁을 먹고 난 뒤에 나는 당신과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당신의 손을 잡고 맥주 집으로 갔습니다. 어떤 분이 새로 온 한글박물관장이 한글박물관을 세우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건립 목적들을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한글박물관 관객 60만 돌파 기념식에서 잠깐 김 관장 얼굴을 봤지만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때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김 관장에게 무엇이 궁금하냐고 물었더니 김 관장은 갑자기 한글박물관장을 맡게 되었지만 그 직책을 잘 마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한글박물관 직원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도 좋으나 제 스스로 한글박물관이 어떤 곳이고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서 관련된 분들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제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일, 구진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단짝 친구가 있는데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 친구와 의논을 하고 그의 말을 듣고 따릅니다. 그런데 제가 한글박물관장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니 그 직무를 잘 수행하려면 만나 봐야할 사람과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서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좋은 책이 있으면 제가 읽고 내게도 읽으라고 주고 다음에 읽었는지 확인하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 때 그 만나봐야 할분들 가운데 대표님이 있었습니다.”라면서 왜 한글박물관을 짓자고 했으며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묻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김재원 관장님!

 

나는 50년 동안 국어독립운동을 하면서 많은 공무원들을 만나봤는데 당신처럼 바르고 따뜻하고 겸손한 공무원을 만나본 일이 없었습니다. 오래 공직 생활을 하고 지위가 높아지면 제가 가장 잘난 줄 알고 목에 힘을 주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상의할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더욱이 담당 공무원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고 다음에 담당자들과 함께 가야지 무조건 그들을 따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당신에게 반했고 한글박물관이 제대로 굴러가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내 속 마음을 다 털어놨습니다. 나는 지난날 모두 한글은 훌륭한 글자로서 우리 자랑이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서 한글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글이 훌륭한 점은 무언지를 한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말할 것이 없고 국민들도 한글을 제대로 알고 어떻게 잘 이용해야 할지 모르는 이가 많은데 말입니다. 또 제가 중국 대학에 우리말을 가르치려고 갔더니 중국인들도 한글과 세종대왕을 대단하게 보고 알고 싶어 했으나 알려줄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외국에 나가보니 더욱 절실해서 정부에 건의하고 짓게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학생과 국민들에게 한글을 세계 다른 문자와 견주어 보면서 우리 한글이 얼마나 훌륭하며, 어떻게 이용하면 좋은 지를 알려줄 곳, 한글을 사랑하고 실천하는 마음이 샘솟는 곳, 학자와 전문가들이 한글을 어떻게 빛내어 우리 자주문화를 창조하고 세계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할 지 연구하고 토론하는 한글 발전 기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도 한글역사문화관이라고 했는데 문체부가 한글박물관으로 바꾸고 고문서 자료관(한국어 문학관)으로 만들어서 실망하고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말하니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한글박물관이지만 개관 때 한글기계화 특별전을 열고 어떻게 세계 으뜸 소리글자인 한글을 이용해서 음성인식통번역기도 만들고 인공지능기계 개발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꿈을 갖게 만들자고 초대 관장에게 말하고 합의했는데 안 되었습니다.”라는 등 여러 가지 내 생각을 말했습니다.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 당신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고 싶어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담당 직원들과 또 다른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하나하나 쉬운 것부터 풀어가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재원 관장님!

 

나는 당신이 처음에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듣고 스스로 알고 난 뒤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공무원으로서 바른 자세라고 생각했는데, 내 의견을 듣고 난 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더라도 담당자들과 의논하고 설득한 다음에 함께 그 일을 할 때에 잘 될 것이니 기다려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세종대왕을 닮은 공직자를 보는 거 같아서 기뻤습니다. 세종대왕은 신하들 의견을 들은 뒤에 함께 토론하고 합의한 뒤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신하가 잘못 알고 있으면 가르치고 설득했습니다. 무조건 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닌 당신의 그런 마음과 태도에 감동해서 나도 힘껏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글박물관이 멋있게 운영되는 모습을 볼 꿈을 꾸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신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래고 슬펐는지 모릅니다. 당신을 만난 것은 몇 달이 안 되었고 몇 번 이었지만 하늘에서 한글을 살리고 빛내라고 당신을 보낸 줄 알았는데 하느님이 당신을 바로 데려가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하고 충격이 컸습니다. 한글은 아직 박물관으로 들어갈 글자가 아니라 이제 자라날 새싹이고 우리가 잘 가꾸어 꽃을 피워야 한 우리 자주문화 창조 무기라고 말하니 공감한다고 해서 난 속으로 한글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이 땅에 없습니다. 그러나 참되고 바른 정신을 가진 당신이 준 감동은 아직 내 가슴 속에 있고, 내게 당신의 단짝 친구 허섭님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없지만 당신의 친구와 당신이 꿈꾸고 바라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김재원 관장님! 이제 이 나라와 한글 걱정은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계시옵소서!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잘 살도록 보살펴주시옵소서! 나도 당신을 만났던 것을 고마워하면서 한글과 한글박물관이 빛나도록 힘쓰겠습니다.


                     이대로 드림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