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세종대왕 표준 영정, 새 그림으로 바꾸자

한글빛 2005. 9. 1. 22:35
“만원권 세종 얼굴 친일파가 그렸다!”
한글단체연합, “친일행적 김기창이 그린 표준영정 교체 촉구”
▲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운보 김기창이 그린 만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영정. 그러나, 김기창은 ‘총후병사’, ‘적진육박’ 등 친일작품을 그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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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사랑과 존경을 바치는 우리 겨레의 첫손 꼽는 위인의 영정을 친일파 화가가 그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세종대왕의 표준영정을 교체하라.”

지난달 29일 ‘친일인명사전’에 오를 예비명단이 공개된 뒤 한글단체연합이 “세종대왕의 표준 영정을 바꾸고, 새 만원권 지폐의 영정 디자인도 바꾸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대왕의 표준 영정과 ‘친일인명사전’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글학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한글단체연합은 29일 성명을 통해 “세종대왕의 표준 영정을 그린 화가 김기창이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것이 몹시 당혹스럽다”며 “그가 그린 세종대왕의 영정이 현재 국가 표준으로 지정돼 교과서를 비롯해 만원권 지폐 등 국민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원권 지폐 등에 사용되는 세종대왕 표준 영정은 1973년 운보 김기창이 그려 1973년 국가 표준 영정으로 지정됐다.

한글단체연합은 “친일인명사전을 보면 친일화가의 선두주자였던 김은호의 수제자로서, 그에게서 섬세한 사실 묘사 위주의 일본화식 채색화법을 배움과 동시에 친일 행각까지도 착실히 물려받은 인물”이라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추천작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친일파 대열에 합류해 일제의 전쟁 기금 마련을 위한 미술 전람회에 적극 협력했고, 나아가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선전 작업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실제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0월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기념관에서 개최한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이라는 전시회에서는 운보 김기창이 그린 <총후병사>,<적진육박> 등 친일작품들이 입길에 올랐다. 당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소개한 김기창의 친일행각은 이렇다.




▲ 운보 김기창

김은호의 수제자 운보 김기창은 대중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은 천재작가로 평가받는다. 그가 그린 총후병사는 완전군장한 채 휴식을 취하는 병사의 얼굴과 손에서 결전의 의지가 느껴진다. 김기창은 반도총후미술전 초대작가였으며 1943년 8월 매일신보사가 참전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에 작품을 냈다. 또 1944년에는 일본이 전시총동원을 독려하기 위해 개최한 결전미술전에서 조선군보도부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기창은 총후병사와 관련해 “정식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삽화에 불과해 친일한 작품으로 불 수 없다”고 친일작품행위를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민족문제연구소가 김기창의 작품으로 발굴한 <적진육박>은 착검한 채 육박전을 치르러 돌진하는 황군을 실감나게 표현한 대표적 친일작품으로 그동안의 친일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4년 10월1일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 소개책자)

▲ 운보 김기창의 친일행적이 잘 드러나는 ‘적진육박’. 착검한 채 육박전을 치르러 돌진하는 황군을 실감나게 표현한 대표적 친일작품으로 평가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글단체연합은 또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원권과 천원권을 2007년 상반기 중에 새로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시대의 요구에 맞춰 엄청난 국고를 들여 만들 새 지폐에 친일행위자가 그린 영정을 계속 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글단체연합은 “정부는 세종대왕 표준 영정을 하루빨리 다른 이가 그린 것으로 바꾸고, 새로 만들 만원권 지폐에도 새 영정을 쓰이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병훈·80)는 지난달 30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올해 시상하려던 ‘채만식 문학상’ 시상을 전격적으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채만식은 <탁류> <레디 메이드 인생> <여자의 일생> 등의 소설 작품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친일 관련한 문건 16편을 발표해 그 동안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려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은 취소되었다. 문학, 예술계를 시작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친일인사들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후푹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한글단체연합 성명서 전문이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정부는 세종대왕의 표준영정을 바꾸고, 새 만원권 지폐의 영정 디자인도 바꿔라.

 

일제가 우리 나라를 강제로 병탄한 날, 국치일 95해째를 맞아,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 1차 보고회를 통해, 3천여 명의 친일행위자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명단 속에 화가 김기창이 포함된 사실은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저희 단체들을 몹시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왜냐 하면 그가 그린 세종대왕의 영정이 현재 국가 표준 영정으로 지정돼 있어, 교과서를 비롯해 만원권 지폐 등 국민생활 곳곳에서 그것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이 누굽니까? 이 어른은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사랑과 존경을 바치는 우리 겨레의 첫손 꼽는 위인이 아닙니까? 그런 분의 영정을 친일파 화가가 그렸고, 정부는 그 영정을 1973년 10월에 국가 표준 영정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위 연구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김기창은 친일화가의 선두주자였던 김은호의 수제자로서, 그에게서 섬세한 사실 묘사 위주의 일본화식 채색화법을 배움과 동시에 친일 행각까지도 착실히 물려받은 인물입니다.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추천작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친일파 대열에 합류한 그는, 일제의 전쟁 기금 마련을 위한 미술 전람회에 적극 협력했고, 나아가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선전 작업에 앞장 선 자입니다.

저희 단체들이 이러한 사안에 재빨리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또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첨단 위조 방지 장치를 갖추고 규격을 크게 줄인 만원권과 천원권을 오는 2007년 상반기 중에 새로 발행할 예정인데, 새 만원권 지폐에 들어갈 인물은 역시 지금처럼 세종대왕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만원권에 있는 대왕의 초상은 김기창이 그린 영정을 기초한 것입니다.

새천년에 들어서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엄청난 국고를 들여 만들 새 지폐에 친일행위자가 그린 영정을 계속 쓸 수는 없습니다. 이는 국민 정서로 보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선언한 헌법 정신에 비춰서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세종대왕 표준 영정을 하루빨리 다른 이가 그린 것으로 바꾸고, 새로 만들 만원권 지폐에도 새 영정이 쓰이게 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05년 9월 1일

 

한글단체연합(한글학회 회장 김계곤, 외솔회 회장 김석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한글세계화추진본부 회장 서정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회장 이봉원,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남영신, 한글사랑운동본부 회장 차재경, 한글문화원 원장 송현, 짚신문학회 회장 오동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