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만해 한용운이 쓴 시, 가갸날

한글빛 2006. 1. 6. 08:42
만해 한용운님이 쓴 시, ‘가갸날’에 담긴 깊고 큰 뜻
 
[시평] 만해의 ‘가갸날’ 속에 담긴 겨레의 꿈과 할 일을 되새기며
 
이대로
 
지금부터 80해 앞인 1926년 일본 제국 식민지 때에  민족지도자와 한글학자들이 우리 겨레의 글자인 한글을 기리려고 한글날을 만들었습니다. 그 때 처음 이름은 한글날이 아니고 '가갸날'이었는데 그 두 해 뒤인 1928년부터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민족 지도자요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님은 가갸날을 만든 기쁨과 감동을 적은 시, ‘가갸날’을 동아일보에 발표했습니다. 만해는 일제 때 겨레와 나라를 남달리 사랑하는 시를 많이 썼는데 그 가운데 ‘가갸날’이란 시는 그 어떤 시보다도 겨레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과 독립 의지를 담은 빛나는 시입니다. 

저는 나라를 되찾은 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배달말 홀로 세우고 빛내기(한국말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이 운동에 일생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일제 때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한 민족 지도자 가운데 많은 분들이 중간에 변절하던가 일제에 무릅을 꿇었지만 만해는 끝까지 일제에 항거했습니다. 만해의 그런 독립정신과 태도는 내가 국어독립운동을 하는 데 많은 가르침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만해가 겨레를 사랑하고 독립을 갈망하는 많은 시를 썼지만 그 가운데 만해가 1926년에 쓴 ‘가갸날’ 운동 길잡이였고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국어운동을 하면서 힘들 때는 만해가 쓴 ‘가갸날’을 소리 높여 읽으며 다시 힘을 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4일 첫눈이 온 날에 만해가 누워있는 망우리 공동무덤에 가서 큰절을 하고 “님이시여, 님이 외치신 대로 한글날이 겨레의 가장 좋은 잔칫날이 되었습니다.“라고 알려드렸습니다.

만해가 쓴 ‘가갸날’을 한번 읽고 그 시 한 줄, 한 줄에 담긴 뜻을 살펴보렵니다.



한용운


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 제일.데이, 시이즌

이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끝없는 바다에 쑥 솟아오르는 해처럼
힘있고 빛나고 뚜렷한
가갸날!


데이보다 읽기 좋고 시이즌보다 알기 쉬워요.
입으로 꼭지를 물고 손으로 다른 꼭지를 만지는

어여뿐 아기도 일러줄 수 있어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에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속엔 낯익은 사랑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감겨 있어요.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여요.


검이여 가갸날로 검의 가장 좋은 날을 삼아 주세요.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하여 주세요.
가갸날, 오오 가갸날!

[1926 동아일보에 실린 가갸날 축하 ]

1. “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 제일. 데이, 시이즌 이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란 말에 담긴 뜻을 살펴봅니다.

‘가갸날’이란 토박이말이 한자말인 ‘축일, 제일’이란 일본 한자말이나 ‘데이,시이즌’이란 영국 말보다 아름답다는 뜻이며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축제’나 ‘발렌타인 데이’같은 외국말보다 ‘가갸날’이라 민 우리말이 더 섬겨야 하고 많이 써야 말입니다. 민 우리말보다 한자말과 영어를 더 섬기는 오늘날 얼간이들은 만해의 정신과 큰 뜻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2. “ 가갸날. 끝없는 바다에 쑥 솟아오르는 해처럼 힘있고 빛나고 뚜렷한 가갸날.”이란 말에 담긴 뜻을 살펴봅니다.

1926년은 일제 식민지가 된 지 16해가 지난 때로서 우리 겨레가 절망 속에 살던 때였습니다. 식민 지배정책이 점점 심해지고 끝이 보이지 않던 때에 우리말과 얼을 살려줄 ‘가갸날’은 희망이란 빛이었습니다. 깜깜한 긴 밤을 몰아내는 밝은 빛이었습니다. 우리 겨레가 다시 일어나 밝게 살 꿈을 갖게 한 날이었고 겨레 독립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가갸날이 한글을 살려주고, 한글이 한국말을 지켜주고, 한겨레를 똑똑하게 할 힘이고 빛이라고 봤습니다.  참으로 좋은 노래요 외침입니다.

3. “데이보다 읽기 좋고 시이즌보다 알기 쉬워요.입으로 젖꼭지를 물고 손으로 다른 젓꼭지를 만지는 어여뿐 아기도 일러줄 수 있어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란 말에 담긴 뜻을 살펴봅니다.

‘데이, 시이즌’란 영어, 어려운 말은 어린아이나 배움이 적은 사람은 모르니 쓰지 말자는 말입니다. 80해 전 일제 때도 영어를 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봅니다. 어쩌면 오늘날 영어 바람이 일어날 것을 내다보고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한 거 같습니다. 만해는 ‘남녀노소(男女老少)’란 한자말을 쓰지 않고 ‘어린아이, 계집, 사내’란 우리 토박이말을 썼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고 글입니다. 80해 앞에 오늘날 후손들이 영어 섬길 걸 내다보고 우리 말로 노래하고 우리 글로 글과 이름을 지으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면 입에서 하는 말이 아름다워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고, 우리 글자로 글을 쓰면 말꽃이 피어 노벨 문학상을 타고,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4. “그 속에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속엔 낯익은 사랑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감겨 있어요.“란 말속에 남긴 뜻을 살펴봅니다.

‘그 속(가갸= 겨레말과 한글)’엔 겨레의 얼과 살길이 담겨 있으며, 겨레말과 가갸날을 잘 기리고 빛낼 때 겨레가 일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언을 하셨습니다. 겨레말과 글, 가갸날 속에 겨레 사랑이 담겨 있고, 겨레 문제를 풀 길이 담겨 있고 쌓여 있으니 즐겨 쓰라는 말입니다. 나라를 되찾고 겨레가 해방될 실마리가 가갸날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가갸날(한글날)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글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기릴 때 우리가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5.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여요.

검이여 가갸날로 검의 가장 좋은 날을 삼아 주세요.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하여 주세요.

가갸날, 오오 가갸날.“속에 담긴 뜻을 살펴봅니다.

우리말로 생각해야 창의력이 나오고 우리말로 노래해야 아름다운 마음이 생기니 우리말과 가갸날을 뜨겁게 사랑하고 즐기자는 말입니다. 한글날을 겨레의 가장 좋은 날, 국경일로 삼자는 말입니다. 80해 뒤에 할 일을 내다보고 외쳤습니다. 나는 만해의 이 마음을 읽고 국경일 추진운동을 했는데 이 나라의 지배층인 정치인, 경제인, 학자, 공무원, 문화인들은 그걸 모르고 한글날을 짓밟고 국경일이 되는 걸 가로막았습니다. 저 얼빠진 지배층 때문에 국경일로 만들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거기다가 만해는 한글날을 온 겨레의 잔칫날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온 누리 사람들, 세계인들이 가갸날을 기리게 하자고 외치셨습니다. 

80해 앞에 만해는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고 온 세계 경축일로 만들자고 외쳤습니다. 그러면  외국인들도 우리 한글과 우리말을 사랑하고 배울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우리말과 글자, 한글날을 업신여기고 있으니 다른 나라사람들, 세계인이 우리 말글과 한글날을  우러러보고 경축할 리가 없습니다. 제게 셈틀 글쓰기를 가르쳐 준 공병우 박사님은 일제가 물러간 뒤 돈 잘 버는 의사 일을 제쳐 두고 죽는 날까지 한글 기계화(정보화) 연구와 실천에 몸을 바쳤습니다.
 
눈병을 고치는 안과 학문은 다른 나라의 사람이 발전시키겠지만 우리 말글을 빛내는 일은 남의 나라의 사람이 해주지 않으니 당신이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바른 생각이고 삶이었습니다.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이 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공병우 박사님은 제가 직접 모시고 가르침을 받은 스승이고, 만해는 시와 글을 통해 가르침을 받은 정신의 스승이었습니다. 온 겨레가 만해가 쓴 시, ‘가갸날’을  소리 높여 읽으며 그 속에 담긴 깊고 큰 겨레사랑 뜻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모두 한글날을 진짜 나라의 잔칫날, 세계 글자 경축일로 기리길 간절히 바라고 빕니다.
 


본지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2006/01/05 [09:04]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