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언제까지 영어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것인가

한글빛 2009. 6. 4. 00:27

언제까지 '영어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댈 것인가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말썽 많은 한국의 영어 교육과 원어민 교사들
 
이대로
대한민국은 영어 교육 구렁텅이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영어교육부다.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말과 역사, 과학, 실업 교육들은 뒷전이고 영어 교육에만 미친 집단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영어에 지나치게 돈과 힘과 시간을 바친다는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단 말이 있다. 교육부란 이름으로 욕만 먹고 되는 일이 없어서인지 과학기술부란 이름에다 얹어 교육과학기술부란 이름으로 바꾸었지만 영어에만 신경쓰는 건 마찬가지다. 내가 왜 그렇게 보는 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언제 지난해 10월 경향신문에 나온 “영어엔 1861억, 한글엔 119억… 예산 24배 차이”란 영어 관련 기사를 보자. “경향신문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및 16개 광역자치단체의 한글사업 및 영어사업을 확인한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올해 영어교육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1861억905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글교육 및 문화 육성에 들이는 돈은 119억2925만원에 불과했다. 지자체 5곳은 아예 한글사업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만 영어 수렁에 허우적대는 게 아니라 지방정부들도 모두 그런 꼴이고 많은 국민이 그 꼴에 놀아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 초·중·고등학교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 등 영어 관련 사업에 지난해 73억원을 배정했는데 올해엔 122억원 더 늘어난 195억원으로 책정할 계획이지만 “한글 관련 사업으로 따로 예산을 잡아놓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는 기사도 있다. 그리고 문화부의 국어 관련 예산은 93억원 규모이지만 대부분이 국립국어원 예산으로서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가 거의 모두란다. 이 정도면 영어에 미친 정부요 나라라고 안 할 수 없다.
 
▲     © 대자보

그런데 영어에 드는 예산을 알뜰살뜰하게 잘 쓰고  효과가 좋다면 말을 안 하겠는데 말썽이 많다.  “ 서울경찰청은 마약 ‘해시시’를 상습 흡연한 캐나다인 3명, 미국인 2명, 뉴질랜드인 1명 등 20~30대 원어민 영어강사 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에게 해시시를 판 나이지리아인 우라시 이파아니 벤슨(38)을 구속했다.”는 신문보도도 있다.
 
최근엔 원어민 영어 교사들이 신종인풀루엔자 병균을 미국에서 옮겨와서 퍼트리고 있다는 신문기사도 있다.  또 외국에 영어 연수를 간 학생들이 방학 때에 돌아오면 걱정된다는 보건소 직원의 말도 있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한국인 선생님 초임 연봉은 2천만 원인데 비해서 원어민 영어 교사 연봉은 9천만 원이나 되는데도 툭하면 결근하는 등 온갖 말썽을 부리는 꼴을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어느 농촌 중학교 영어 선생님은 “ 나는 원어민 교사 비서인가?”라면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신상 상담에 통역, 집 구해주기와 시장보기에 집안 청소까지….”라면서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제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가정이 파괴된다는 말은 보통 이야기가 되었다. 최근엔 미국에 영어 유학을 간 자녀를 뒷바라지 하는 엄마가 성매매를 하다가 경찰에 걸렸다는 망신스런 외신도 있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정부가 일으킨 영어 열병의 피해와 추태가 한 둘이 아니고 그치지 않는다. 사교육비가 한 해에 19조원이 넘는 데 거의가 영어 교육비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꾸 영어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오늘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든다고 1000개 학교에 5000명의 영어 전담 선생을 배치하겠고 발표했다. 그게 영어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걸 모르는 가 보다. 돈이 남아도니 헛발차기를 자꾸 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나라꼴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과 교육 공무원들은 일찍부터 영어에 얼이 빠진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원이라도 나서서 바로잡으려 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그런 예산을 더 늘려주고 있다. 나라 빚이 늘어나고 경제 파탄지경이라면서도 말이다.
 
언론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내가 영어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나도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도 잘 하면 좋다. 그러나 너무 영어에만 매달리고 거기다가 우리말과 한글은 뒷전이니 큰 문제란 말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여유 있고 한가한 나라인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얼마나 망해야 정신을 차릴 런지? 더 두고 보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 거 같아 또 한마디 했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2009/06/03 [14:39]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