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친일 인명사전과 한글 해침 인명사전

한글빛 2009. 11. 11. 20:56

‘친일 인명사전’과 ‘한글을 해친 사람들 모음집’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이번에도 "살려면 어쩔수 없었다"고 억울해할까?
 
이대로
2009년 11월 8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 김구 선생 무덤 앞에서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친일 행각과 광복 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광복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나는 1992년 반민족연구소 후원회를 조직하고 ‘친일파 청산’을 외치며 이 사업의 토대를 닦은 사람으로서 이날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99년 전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도 우리 국민이 글자를 모르는 무식 때문이라고 보았고,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남북이 갈리는 불행을 겪게 된 것도 우리가 힘이 없어서라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그늘 속에 기를 못 피고 사는 것도 얼빠진 식민지 정신과 반민족 친일 세력을 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반민족 세력과 식민지 찌꺼기를 쓸어내야 자주 국가가 되고 앞서가는 나라가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친일파 청산을 외쳤으며 그 일에 앞장섰다. 그 일은 한글과 우리말 사랑운동과 같은 민족자주운동이고 평화로 때의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미국말인 영어가 판치는 것도 아직 반민족 식민지 세력과 힘센 나라를 숭배하는 사대주의 정신을 쓸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 지난 8일 열린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     © 김영조

그런데 이번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보고 “부끄럽고 슬픈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자주 민족국가를 만드는 큰일을 해냈다.”고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에서 친일행위를 한 사람까지 인민재판식으로 평가해서 억울하다”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다. 물론 한 때 일제에 항거하다가 감옥살이까지 하고도 판단 잘못으로 민족 반역행위에 가담한 사람과, 한 때 친일 행위를 하다가 광복 뒤 나라를 위해 애쓴 후손이나 그 지지자들은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 탄압에 하늘을 찌르던 일제 말기에도 만해 한용운님은 끝까지 저항했고, 한글학자들은 우리 말글을 갈고 닦다가 감옥에 끌려가 죽기도 했다.
 
일제 때 반민족 행위를 하거나 변절해서 편안하고 잘 먹고 잘 산 자들의 후손이 지금도 힘센 나라에 빌붙어서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노리고 있으며, 제 나라의 말글은 헌신짝 보듯이 하면서 남의 나라 말글만 떠받드는 것을 보고 이번 친일인명사전 출간은 “자주 민족국가가 되는 밑거름이 될 일로서,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애썼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자신의 안녕과 이익만을 생각하고 반민족 행위를 하는 놈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빌어본다.
 
16년 전 내가 친일파 청산 일에 앞장설 때 그 일에 반대하는 이가 “친일 행위가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이었다. 죽지 않으려고 한 일이었다.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억울하다. 명예훼손이다.”면서 나를 못된 사람으로 보거나 봐 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지금 제 나라의 말과 글을 짓밟는 것도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짓이라고 보느냐?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빛내자는 일을 하는 사람과 단체를 비웃고 짓밟는 것도 미국의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은 일이 있다. 그리고 다음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우리말 독립운동의 헤살꾼들을 모아 ‘한글을 해친 사람들 모음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다.
 
이제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친일행위를 했던, 억울하던 사실이라면 괜히 변명하거나 치사하게 명예훼손이라고 나서지 말고 깨끗하게 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이제라도 민족과 어려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좋겠다. 특히 지금도 제 나라의 말과 글을 짓밟지 말고 말이다. 
 
나는 언젠가 ‘배달말과 한글을 해친 사람들 모음집’을 만들 생각으로 자료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 제 나라 글자인 한글을 깔보고 중국 한자를 숭배하고, 일본식 한자섞어쓰기를 주장하면서 한글이 빛나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가로막은 사람들과 그 일에 앞장서는 단체와 기관의 회원과 지지 언론, 미국말을 섬기고 우리말을 더럽히면서 영어 창씨개명과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면서 우리말과 한글이 잘 되는 것을 가로막는 단체와 기업과 언론인들, 정치인과 공무원이 그 모음집에 들어갈 것이다.
 
나는 지난날과 앞으로 들어난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 것이고 그 근거 자료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 내가 ‘한글 해침 인물 모음집’을 만들었을 때 본인이나 그 후손이 “어쩔 수 없었다. 억울하다. 명예훼손이다.”라고 말할까 두고 볼 것이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기사입력: 2009/11/11 [20:12]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