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점점 심해지는 영어 열병, 영어 교육병

한글빛 2010. 9. 17. 18:46

한국어 논문, 설 자리 잃어가고 있다 
2010년 09월 12일 (일) 19:45:05 김지윤 기자 jade@newscj.com
   
▲ 한말글문화협회는 ‘한국어 논문의 현주소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지난 11일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에서 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성인·지도층, 영어로 인정받는다는 생각 고쳐야”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영어로 논문을 쓰고, 영어로 강의하는 수업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미국이나 영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영어 열풍에 밀려 한국어 논문은 학회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 및 교수 평가에 영어 논문의 개수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논문을 우리글인 한국어로 게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글학회 부설기관인 한말글문화협회는 한말글 사랑 이야기 마당으로 꾸며진 ‘한국어 논문의 현주소를 말한다’ 토론회를 11일 한글회관 얼말글교육관에서 열었다. 토론에 참여한 학자 및 관계자들은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영어를 강조하는 학회 분위기를 꼬집으면서 한국어가 학문어로 사용 가치가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유재원 한국외대 교수는 “아시아 대학 평가에는 한국어 논문에 대한 점수가 아예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면서 “대학 평가는 영어 논문 비중이 무려 70%이며, 평가의 총괄책임자도 벤 소터라는 영국인이 맡고 있다”며 한국어 논문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조선일보는 영국의 대학 평가회사인 QS와 공동으로 아시아 대학을 평가했으며, 올해는 ‘더 선데이 타임즈(The Sunday Times)’ 등과 함께하고 있다.

QS의 대학 교수 연구 능력 평가는 스코퍼스 회사가 만든 데이터베이스와 검색 엔진을 이용, 각 대학의 이름으로 발표된 노문과 논문당 인용 수를 검색해 교원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코퍼스사에 등록된 학술지는 모두 영어로 기록됐으며, 이 기준을 따를 경우 한국어로 쓴 논문은 ‘0’점으로 처리된다.

토론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영어로 논문을 써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경우, 거금의 포상금을 받는 현실에서 한국어 논문의 감소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한국의 최대 지성이자 사회 지도 계층인 대학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더 이상 한국어로 논문을 쓰지 않을 때 한국어의 미래는 절망적”이라며 “학문과 문학을 창조하지 못하는 언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회를 맡은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한국어로 쓴 논문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 우리 학문도 없어지고 결국 외국 학문 종살이를 하게 될 것”이라며 “나라 말이 빛나야 나라가 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론자로 최용기 국립국어원 교육진흥부장, 김두루한 외솔회 사무국장, 이기만 성균관대 교수가 각각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