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답답한 한문과 한문학자들

한글빛 2011. 11. 14. 16:44

[칼럼]답답한 漢文(한문)과 한문학자들
2011년 11월 14일 (월) 16:08:18 이대로 대표 idaer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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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어제 언론회관에서 전통문하연구회(회장 이계황)와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대표 정우상)이  “동양고전 譯註(역주)의 제문제 및 국어개념 定立(정립)과 국어기본법”이라는 제목으로 옛 중국 한문책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과 국어기본법을 탓하는 모임을 열었다. 이들은 한마디로 한문은 어렵고 알기 힘든 글이어서 우리말로 바꾸기가 힘들어 책 한 권을 국역하는 데 5년에서 10 년이 넘게 걸린다면서도 온 국민에게 그 한문을 가르치고 배우고 쓰게 해야 한다는 모임이었다. 수천 년 전 중국 한문책을 많이 읽다보니 오늘날이 대한민국 한글시대가 아니고 한문을 쓰는 조선시대로 착각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스러웠다.

이날 2300년 전 중국 한문책, 莊子(장자)를 국역했다는 안병주 성균관대 명예 교수는 “장자 번역을 맡게 되면서 옛 중국 책을 이렇게도 읽고, 저렇게도 읽고 마음대로 사색하다가 한 가지 뜻으로 확정해야 할 처지가 되니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나를 괴롭히지 시작했다. 처음에 한 두 해에 끝날 줄 알았던 것이 8년이 걸렸다.” 면서 고전 번역은 마라톤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1000년 전 중국 책 通鑑節要(통감절요)를 번역했다는 성백효 해동경사연구소 소장은 “ 6년 걸려서 번역했다. 어려서 서당에서부터 한문 공부를 했지만 한문은 어렵다. 이 책을 읽고 바르게 해석할 사람이 이 나라에 10명이 안 될 것이다.”며 한문이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리고 중국 책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번역했다는 정태현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도 “내가 번역한 것을 대충 살펴보아도 오류가 이러하니 자세히 검토하면 틈림 없이 오류가 많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또 ‘唐詩三百首(당시삼백수)’를 번역했다는 송재소 선균관대 명예 교수는 “그전부터 느꼈지만 당시삼백수를 번역하면서 절감한 사실은 漢詩(한시) 번역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내 번역 책이 唐詩(당시)의 實體(실체)에 10분의 1이라도 접근했다면 다행이겠다.”고 밝혔다.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한문 공부를 하고, 80평생 한문을 연구하고 가르친 학자들도 쩔쩔매는 한문이다. 그런데 국어학자(한자 숭배자라고 할 사람들)라는 이들은 이 한문과 한자를 국어시간에 가르치고 쓰게 하자고 한다. 이날 토론회장에 7,80살이 되어 보이는 사람들 수백 명이 와서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그 자리에 있는 거의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글자는 지식을 담는 그릇이고 알리는 도구란 걸 모르는 답답한 헛똑똑이들로 보여 한심했다.
 
18년 전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한문학자인 청명 임창순 선생님을 만난 일이 있다. 청명 선생은 개인 돈으로 경기도 마석 농촌에 태동고전연구소라는 한문 공부방만들고 옛 한문책을 번역할 사람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 분은 한문이 얼마나 어렵고 불편한 글자인지 잘 알기에 국민 말글살이는 한글로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다. 그 때 서울대 국문과 출신인 남광우교수와 그 동창들 중심으로 뭉친 한자단체가 한글만 쓰기를 가로막고 있었기에 그 분 생각을 물으니 “온 국민 말글살이를 한자로 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그 힘을 한문 공부와 옛 한문책 국역에 힘써야 하는데...” 하시며 한 숨을 쉬셨다.

 

그런데 나라 돈으로 국역을 하면서 돈 버는 이들은 다시 한자 세상으로 바꾸려고 애쓴다. 이제 제발 정신을 차리고 한문에서 벗어나 한글로 잘 살고 힘센 나라를 만들 생각을 하자.

 /글=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