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법률 문장과 의원 명패 한글로 쓰기는 16대 국회의 큰 업적

한글빛 2016. 11. 7. 00:41
16대 국회의 가장 큰 업적, 한글 이름패와 법률문장 한글로 쓰기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16대 국회가 저물어 가고 있다. 저녁 노을에 휩싸인 여의도 하늘을 바라보면서 지난 4년 간 우리 국회가 무엇을 잘 했고 잘못했는지 살펴본다. 요즘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많은 국민이 국회와 정치인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으나 나는 지난 16대 국회가 잘한 일도 있었기에 칭찬해주고 싶다. 그 잘한 일은 법률문장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기로 한 것과 한글이름패를 허용한 일이다.

이 일은 1948년 나라를 세울 때 공문서만이라도 한글로 쓰자는 한글전용법을 만든 일과 함께 국어독립 역사에 뚜렷하게 남을 대한민국 국회의 큰 업적이다. 이 일은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울 때 바로 실행해야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때 글자를 안다는 사람이 국민 가운데 3 활도 안 되었고 그들도 대부분 조선시대 한문과 일제식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길든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일제 교육에 겨레 얼이 빠진 사람이 많았고 한글만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 한자혼용 인 일본글이 쉽고 편리한 사람들이었으니 바로 시행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5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국회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나라 글자인 한글을 외면한 건 큰 잘못이었다. 우리 말글을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제도와 법을 만들진 못할망정 다른 정부기관들은 한글을 애용하고, 온 국민이 한글만으로 말글살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인식해서 모든 출판물이 한글로 나오는데도 한자를 고집한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오늘날은 민주주의 정치 시대요 법치주의 시대다. 민주주의 시대는 일부 특권층만 똑똑해선 안 되고 힘있는 사람만을 위하는 정치시대가 아니다. 온 국민이 똑똑하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제 할 일을 스스로 다하고 온 국민을 위하는 정치시대다. 법치주의 시대는 권력자 몇 사람이나 그들의 입맛에 따라 마음대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좋은 법을 만들어 법에 따라 정치를 하고 온 국민이 법을 알고 스스로 지켜야 나라가 잘 되는 시대다.

그런 뜻에서 법률 문장을 쉬운 우리말글로 쓰기로 한 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를 지배하던 일제 식민지 시대 법률문장과 한자말을 지금까지 쓴 것은 국가 자존심에도 허락지 않고 국민을 무시한 일이었으며 국회가 제 할 일을 게을리 한 꼴이었는데 이제라도 국민이 알기 쉬운 우리말글로 쓰기로 한 건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또 하나 반갑고 고마운 일은 2003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해 우리 국회에서 우리 글자로 된 국회의원들의 이름패를 볼 수 있게 된 일이다. 한글은 우리 겨레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우리 문화유산이고 문화창조 무기다. 이 한글을 입으로는 훌륭하다면서 실제로 쓰지 않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이고 바보짓이다. 그것도 나라의 대표기관이 제나라 글자를 거부하는 건 국민들은 말할 거 없고 외국인과 후손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국회가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쓴 이름패를 쓰지 않아 국민의 원성이 높았다. 국민과 한글단체가 끈질기게 건의해도 듣지 않아 14대 국회 때엔 국민 성금으로 국회의원 299명의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서 까지 주었다. 그 때 그 일에 앞장 선 사람으로서 한글이름패를 받지도 않는 국회가 밉고 섭섭했는데 16대 국회에서 스스로 한글이름패를 쓰는 걸 보니 반갑고 기쁘다.

아직 한자이름패를 자기 가슴 앞에 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이분들도 선거 때는 명함이나 선전문은 한글로만 쓴다. 왜 그럴까? 그게 좋고 바른 일이며 유권자가 자기 이름을 쉽게 알아보게 위해서일 거다. 그런데 당선이 되어 국회로 가면 한자로 이름을 쓴다. 일제식 한자혼용 운동을 하는 몇 분과 일제식 한자혼용 법률문장에 길든 관료 출신 몇 분만 빼고는 잘못된 국회 관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써왔다고 본다. 그래서 선뜻 바꿀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쓰지만 머지않아 모두 바꿀 것으로 믿는다. 한글로만 써도 되고 한국말을 한글로 적는 게 옳고 편리하며 시대흐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일제통치시대나 미군정시대도 아니다. 한자 쓰기는 중국의 지배를 받거나 일제식민지 시대 말글살이다.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싶거나 일제 식민지 시대가 그립지 않다면 한자혼용을 고집하지 말아야 하고 미군정이 좋지 않다면 영문을 숭배하지 말자. 참된 자주 문화와 독립을 바란다면 한글 쓰기를 꺼리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떳떳하게 우리 말글을 즐겨 쓰자. 한자이름패는 양복에 갓을 쓴 꼴이고 국어독립을 가로막는 일이다.

신라 때 이두를 만들고, 세종시대 훈민정음을 만들고, 100년 전 주시경과 그 제자들이 한글맞춤법과 한글날을 만든 국어독립정신, 민주 민본정신, 자주문화창조정신과 용기를 이어 받아 우리 세대에 우리 말글만의 국어생활을 탄탄하게 자리잡아 후손에게 물려주자. 16대 국회가 문닫기 전에 한글날국경일제정법안과 국어기본법, 법률 한글화 특별법을 통과시켜서 일부 국민의 패배의식과 사대정신, 제 것은 우습게 여기는 못된 버릇을 씻어내고 우리말을 살려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국회보 12월호에 실은 글


출처 : 리대로의 한말글 사랑 한마당
글쓴이 : 나라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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