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의 역사적 의미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1. 국어기본법이 왜 중요한가? 2. 국회의원의 국어기본법 훼손 사례 3. 한자파의 국어기본법 위헌 소송 사례 4. 국어기본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 |
1. 국어기본법이 왜 중요한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인사는 제 말을 제 글로 쓴다. 제 글이 바로 한글이다. 한자는 중국글자다. 한글이 나오기 전에는 한자가 나라글자 노릇을 해 왔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였다. 이후 우리 민족 대다수가 한글을 국문으로 사용하자, 19세기말 고종 임금도 한글을 국문으로 인정하는 법령을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한글은 대한민국의 국어를 표기하는 공용문자다.
자기나라의 말을 제 글로 쓰도록 제정한 국어기본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1948년에 제정된 한글전용법은 1895년에 반포된 고종 칙령 1호(공문서는 국문을 주로 하여 쓴다)를 계승한 법률이다.
그 뒤 한글 전용법을 진전시킨 법률이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이다. 국어기본법 제3조 제1호의 규정(“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과 제2호의 규정(“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과 제14조 제1항의 규정(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은 독립국가의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법률이다.
현재 남과 북의 모든 책은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로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20세기는 그렇지 못하였다. 한자가 섞인 국한문혼용체의 문장과 세로짜기로 된 책이 상당하였다.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로 문자생활을 하게 된 과정은 참으로 지난한 것이었다.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주장한 국어학자 주시경의 노선을 조선어학회의 선열들이 일제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연구 정리하여 보급해온 덕분이었다.
한자를 섞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국민이 문자생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읽고 쓰는데 차별받지 않아야 민주국가이기에 그렇다.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1948년의 한글전용법의 노선과 정신을 계승한 좋은 법이다. 1970년대에도 한글전용정책 때문에 국력의 신장을 가져왔다. 현행 국어기본법의 일부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2. 국회의원의 국어기본법 훼손 사례
1) 김광림 국회의원 외 110인의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김광림 국회의원 외 110인이 국어기본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2011년 6월 16일 국회에서 발의하였다. 법률안의 제안 이유로 우리말 어휘의 70%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고, 어휘의 대부분이 두 개 이상의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이므로 한자와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한자문화권 7개국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어서, 한자사용을 증진하고, 공문서상에서 한자사용을 늘려나갈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현행 국어기본법의 일부 규정이 한자사용을 제약하고 있기에, 이를 개정하여 공문서에서 한자병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정 법률안의 제안 이유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이 법의 개정 내용이 현행 국어기본법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첫째, 우리말의 7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주장은 일제침략자의 핵심기관인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들은 사전의 올림말 수로 한자어를 70%나 되게, 순우리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만들었다. 즉 순우리말을 줄이고 한자말을 늘려 사전을 편찬하였다. 반면에 일제시기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한 학술단체인 한글학회가 완성한 <큰사전>(1957)에 수록된 올림말 수를 보면, 순우리말이 47%를, 한자어가 53%를 차지하고 있다. 침략자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둘째, 두 개 이상의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도 한글로 된 문장과 문맥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이 된 한자어는 한글로 써도 문자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예로 들면 ‘사기그릇이 아름답다.’와 ‘남을 사기 치다.’라는 문장에서, ‘사기’라는 한글 글자 옆에 굳이 한자를 병기하여 쓰지 않아도 뜻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이순신 장군과 그 후대에 태어나 이순신 이름을 쓴 사람을 굳이 한자로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각각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한자문화권 7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한자 사용 때문이 아니다. 침략국 일본을 제외하고 한·중·대만·홍콩·싱가포르·베트남은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를 세우고,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자국어의 교육을 강화하며, 경제 성장을 위해 자국민들이 맹렬히 헌신한 결과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자를 줄이고 간체자를 쓰고 낱말마다 로마자로 음을 달아 놓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한자의 사용과 무관하다는 입증이 아닌가.
넷째, 공문서에서 한자병용을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공문서는 한글만으로 작성해야 한다. 두 개의 문자를 사용하여 작성할 이유가 없다. 문자가 매우 불완전하여 한자를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본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도 이중 문자로 나라의 문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미국과 프랑스와 중국에서 두 개의 문자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있는가? 현행의 국어기본법에도 한자의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괄호 안에 한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현행 국어기본법에서 한자사용을 괄호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고유문자인 한글로 국어를 표기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법 제정의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발의한 법률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자에 대해 우리나라 국어의 공용문자로써의 지위를 확보하게 해주는 데에 있다. 현행 국어기본법에서 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중국글자요 외국글자인 한자에 대해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 법률안은 이것을 파괴하고 있다. 국한문 병기는 우리나라 국어표기법의 명백한 후퇴다.
이번 법안도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였지만, 그 배후에 한글전용의 국어정책을 광복 이후 지금까지 비판해온 국한문혼용 선호 세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어국문학을 장악한 경성제대 출신 인사들과 그 제자들이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신문사도 국한문혼용체를 포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한자선호 세력은 끝까지 자신들의 낡은 관념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동원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낡은 한자병용 주장 대신에 한글을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한자 사용증진에 관심을 쏟는 대신에 중국어와 일본어와 베트남어를 잘하는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지에 대한 대책을 내어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1948년의 한글전용법의 노선과 정신을 계승한 좋은 법이다. 1970년대에도 한글전용정책 때문에 국력의 신장을 가져왔다. 현행 국어기본법의 일부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 개정 법률안 사안은 대한민국의 국어정책의 근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이강래 국회의원 외 21인의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이강래 국회의원 외 21인이 국어기본법의 일부를 개정하고자 법률안을 2011년 6월 20일에 발의하였다. 개정 법률안의 제안 이유로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고, 이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동음이의어로 되어 있어 한자로 쓰지 않으면 도저히 의미를 구별할 수 없으며, 한자는 문자생활에 있어서 엄연히 한글과 더불어 병용되고 있는 국자(國字)인데,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교육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어기본법의 세 가지 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하겠다는 주장이다.
첫째 제3조 제1호의 규정(“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을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글과 한자로 표기되는 한국어를 말한다.”로 고치고, 둘째 제14조 제1항의 규정(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을 “한글로 작성하되, 한글의 오른쪽 괄호 안에 문화체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한자를 병기하여 작성하여야 한다.”로 고치며, 셋째, 제18조의 규정((교과용 도서의 어문규범 준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따른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에는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할 수 있다.)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교육용 기초한자를 한글의 오른쪽 괄호 안에 병기하여야 하고,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하며”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 취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고,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울러 이 개정안의 내용은 한글전용으로 국어를 표기하도록 한 국어기본법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
우선 개정 법률안 제안 이유도 오류투성이다. 첫째, 우리말의 7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주장은 일제침략자의 핵심기관인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들은 사전의 올림말 수로 한자어를 70%나 되게, 순우리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만들었다. 즉 순우리말을 줄이고 한자말을 늘려 사전을 편찬하였다. 반면에 한글학회가 완성한 큰 사전(1957)에 수록된 올림말 수를 보면, 순우리말이 47%를, 한자어가 53%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우리말이 된 한자어는 한글로 써도 문자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고, 한글로만 써도 동음이의어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예로 들면 ‘사마천이 사기라는 역사책을 저술하였다.’와 ‘남을 사기 치다.’라는 문장에서, ‘사기’라는 한글 글자 옆에 굳이 한자를 병기하여 쓰지 않아도 뜻을 알 수 있다.
셋째, 한자는 중국 글자요 외국글자다. 우리 민족의 고유 문자가 없을 때, 우리나라가 차용하여 쓴 것이다. 전근대 시대에는 나라의 글자가 됨이 불가피하였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였고, 이후 갑오경장을 거치며 한글이 국문으로 자리를 잡고, 나라와 민족의 글자가 되었다. 한자가 우리나라의 글자라는 주장을 중국인이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넷째, 대한민국의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현재 초중고 국어교과에서 한국말의 어휘 속에 들어 있는 한자어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초등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인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통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자는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다음으로 개정안의 내용도 문제투성이다. 첫째,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나라의 고유문자가 한글이기에, 한자로 한국어를 표현할 필요가 없다. 자존심 높은 독립 국가는 국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 민족의 고유문자를 사용한다. 한글과 한자로 된 이중문자 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 현행 국어기본법이 이 점을 잘 규정해 두었다.
둘째, 대한민국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두 개의 문자를 사용하여 작성할 이유가 없다. 문자가 매우 불완전하여 한자가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본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도 이중 문자로 나라의 문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현행의 국어기본법에도 한자의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괄호 안에 한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한문 병기는 우리나라 국어표기법의 명백한 후퇴다. 명치유신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아시아 침략을 내세운 후꾸자와 유기치의 제자인 이노우에 가쿠고로가 우리나라의 문장체로 국한문혼용체를 쓰도록 강요하였다. 우리나라 표기법은 고유문자가 없는 시기에는 한자를, 갑오경장 전후로 국한문혼용체와 한글전용체가 경쟁하다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 한글전용체가 현재까지 지배해왔다.
셋째, 교과용 도서는 현행처럼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면 된다. 교육용 기초한자를 한글의 오른쪽 괄호 안에 병기할 필요가 없다. 개정 법률안의 주장은 한글 전용의 국어기본법을 파괴하는 내용이다.
이번 법안도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였지만, 그 배후에 한글전용의 국어정책을 광복 이후 지금까지 비판해온 국한문혼용 선호 세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어국문학을 장악한 경성제대 출신 인사들과 그 제자들이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신문사도 국한문혼용체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한자 선호 세력은 국한문혼용체를 관철하려고 한다. 이 개정 법률안도 한자를 선호하는 일부 세력이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에 바쁜 국회의원을 부추겼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말과 한글만으로 위대한 학문과 사상을 표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한자는 자체 모순 때문에 저절로 사멸하여 가고 있는데, 과거 중국과 일본의 간섭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제 스스로 나서서 한자를 더 잘 쓰겠다고 하니, 이 개정 법률안은 일본과 중국에서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 일이 되지 않겠는가? 실로 통탄할 일이다. 개정 법률안은 국어기본법을 개선하기는커녕 개악하고 있기에,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이 개정 법률안 사안은 대한민국 국어정책의 근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3. 한자파의 국어기본법 위헌 소송 사례
이미 승패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함은 만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용이 몇 사람의 만용에서 끝난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혼란케 하는 행위는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남한의 국어국문학을 장악한 경성제대 출신 인사들과 거대 자본을 소유한 신문사는 국한문혼용체와 세로쓰기를 고집하였다. 조선어학회(뒷날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계속된 선각자들의 고투 끝에 20세기 말에 이르러 국한혼용체와 세로쓰기와 같은 완고한 주장은 완패를 인정하며 소리 없이 조용히 사라져갔다. 마침내 1988년 순전한 한글전용과 가로쓰기를 단행한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던 것이다. 이후 신문과 잡지도 한글전용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성제대 출신 인사들의 노선을 계승한 인사들이 근래에 다시 세력을 결집하여 한글전용의 국어정책을 훼손하기 위해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공동대표에 국어학술단체인 한국어문회 임원인 김훈과 박천서가 참여함)라는 단체를 결성하였다. 이 단체에 참여한 인사들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고 한글전용으로 문자생활을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하여 국한문혼용의 문자생활을 할 것을 주장해왔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와 한국어문회가 이와 같은 주장을 해온 대표적인 학술단체이다. 전자는 이희승이 1969년에서 1988년까지 회장을 역임하며 이끌어갔다. 이 단체는 모든 교과서를 국한혼용으로 할 것,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할 것, 한글전용 법률을 폐기할 것을 주장하면서, 1981년에 이를 정부에 건의하기도 하였다. 현재도 이 단체에 김훈이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1990년 8월 25일에 국한혼용체의 어문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한국어문회가 창립되었다. 현재도 한국어문회의 이사장으로 김훈이, 고문으로 박천서가 활동 중에 있다.
이 두 단체는 대한민국 국민의 문자생활을 한글전용이 아닌 국한문혼용으로 할 것을 계속 주장하여 왔다. 이들 단체에서 활약해온 핵심 인사들이 다시 주축이 되어 한자교육 관련 단체와 연합하여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라는 단체가 국어기본법을 폐기하고자 2012년 10월 22일에 헌법소원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 단체에 들어간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전통문화연구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은 국어학술단체가 아니다. 한자·한문교육 단체에 불과하다. (사)한국어문회도 1990년에 등장하여 한글전용법을 폐기하고, 지금까지도 국한혼용체의 문자생활만을 하도록 국민에게 강요하여 온 단체이다.
이들 단체와 감지연 외 332명의 청구인들은 현행 국어기본법 조항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의 국어 교과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하고 있기에,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문제가 있기에, 이를 낱낱이 반박한다.
첫째, 현재 학교교육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하였기 때문에 학생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전혀 근거가 없다. 현재 초중고 국어교과에서 한국말의 어휘 속에 들어 있는 한자어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초등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인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통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자 교육과 한문 교육은 현재 중고등학교의 정규 교육에서 충분히 받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많은 교과목으로 힘들어 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영어 과목까지 신설되었다. 학습 부담이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정규교과로 ‘한자’교과목을 신설하여 가르칠 필요가 있겠는가?
둘째, 국어기본법이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 제9조의 ‘국가목표규정’을 위반하고, ‘문화국가의 원리’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국어기본법은 제 말을 제 글로 적게 하여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 제9조의 ‘국가목표규정’을 준수하고 있고, 한글전용으로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었기에 ‘문화국가의 원리’도 지키고 있다. 따라서 국어기본법은 헌법의 가치를 잘 준수하고 있는 법률이다.
셋째, 이들은 한글과 한자가 대한민국의 국자라고 주장하며, 이 규범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강변하였다. 공문서 작성에도 한자를 자유롭게 혼용하여 사용하고, 심지어 한자를 쓰고 괄호 안에 한글로 그 음을 표기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한자는 중국글자여서 국자가 아니기에 틀린 주장이다.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한자어가 70%라는 주장은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자어를 국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문자 생활을 한자로 할 필요가 없다. 한자를 섞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국민이 문자생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읽고 쓰는데 차별받지 않아야 민주국가이기에 그렇다.
아울러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성문헌법에 의해 전 세계의 역사는 진전해 왔다. 우리역사도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21세기에 관습헌법을 들먹여야 하겠는가? 역사의 후퇴를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 누구나가 아는 제 글자인 한글이 있는데, 중국글자인 한자를 자유롭게 혼용하자는 주장을 민주공화국 시민이 내세울 일인가? 더구나 문자생활에서 한자를 내세우고 괄호 안에 한글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독립국가의 국민이 내세울 주장인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들 단체와 청구인들의 한자교육 강조와 국한문혼용체의 문자 생활 주장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며 시대역행적 주장이다. 현재의 국어기본법을 훼손하려는 저들의 시도에 대해 우리는 가칭 ‘국어기본법 전국수호모임’을 결성하여 강력히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4. 국어기본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
한글단체·국어단체는 2011년 6월 7일 김세연, 김성곤, 조순형 국회의원이 제안한 '한자교육기본법'의 제정도 철회하도록 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2011년 6월 16일 김광림 국회의원 외 110인이 국회에서 발의한 국어기본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철회시켰다. 동시에 2011년 6월 20일 이강래 국회의원 외 21인이 발의한 국어기본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도 철회시켰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라는 단체가 국어기본법을 폐기하고자 2012년 10월 22일에 헌법소원을 제출하였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는 헌법 소원에서 승리한 뒤에, 국회를 통해 국어기본법을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모든 학교의 교과서를 국한문혼용으로 하고, 초등학교에서 한자과목을 정규교과목으로 편성하여 가르치도록 하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읽혀진다.
헌법재판소는 한자파(‘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의 국어기본법 위헌 소송을 즉각 각하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국어·교육·시민단체는 국어기본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현재의 국어기본법을 지키는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박용규, 조선어학회 항일 투쟁사, 한글학회, 2012.
박용규, 조선어학회 33인, 역사공간, 2014.
박용규, 「한자교육기본법의 제정을 반대한다」, 한겨레신문, 2011, 06, 10.
박용규, 「국어기본법의 개정을 반대한다」, 민족사랑181호, 민족문제연구소, 2011, 8.
박용규, 「국어 기본법을 훼손하지 말라」, 한글 새소식469, 한글학회, 2011, 9.
박용규,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아이티뉴스 2012, 10, 25.
박용규,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을 반대한다-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오마이뉴스, 2013, 3, 23.
박용규, 「문자생활은 한글전용으로 충분하다.-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설립 취지문에 반대한다」, 오마이뉴스, 2012,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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